[의료한류 우리가 책임진다] ①침·뜸… '자연 친화 의술' 외국인도 "굿"(09년 08월 28일)
명제한의원 2018-10-05
"배드민턴을 하다가 어깨를 다쳤는데 침을 맞고 나니 동작이 훨씬 부드러워졌습니다. 처음 접하는 시술인데 정말 신기하고 놀랍습니다."(코가 겐니치로·37세)
"술을 즐기다 보니 평소 소화가 잘 안됐는데 침 시술 후에 속이 편해지고 침침하던 눈도 맑아졌습니다. 침을 맞을 때 조금 겁이 났지만 끝나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수야마 히로미에히·51세)
지난 22일 부산 서면의 은백한의원에 후쿠오카 시청 공무원 7명이 지인의 소개로 단체 방문했다. 이들은 낯선 곳에서 생전 처음 경험하는 한방치료를 경험하고는 시종 신기한 표정이었다.
의료장비 없이도 치료 진료·기술력 차별화
관광 체류기간 짧아 만성 질환 치료엔 한계
한의원을 찾은 일본인 환자는 먼저 진료기록 카드를 작성한 후 힐링센터에서 기 치료를 받았다. 기혈과 경락순환을 통해 막힌 혈을 풀어주고 굳은 근육을 풀어주는 과정이다. 그런 다음에는 치료실로 옮겨져 목 어깨 허리 무릎 눈 등 환자별로 아픈 부위에 대해 개별 치료를 실시했다.
은백한의원 정영섭 원장은 "일본에서도 침 시술이 있지만 아주 드물기 때문에 치료를 받으면서 호기심과 기대감이 많다. 대부분은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편이지만 열 명에 한 명 꼴로는 침 시술의 통증에 대해 두려움을 갖는 환자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환자의 90%는 일본인이다. 그 외에 미국 러시아 몽골 등에서 한의원을 이용하고 있다. 지난 5월 의료법 개정 이후 외국인 환자 유치 알선이 허용됨에 따라 외국인 환자 수가 20% 가량 늘었다. 정 원장은 "의료관광에 대한 홍보가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국가와 지자체 차원에서 지원이 있어야 한다. 한방은 동남아와 중동 미국 유럽 등에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차별화된 진료 서비스와 기술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자부했다.
서면 롯데호텔 내에 입점해 있는 호한방 아미스타 한의원은 몇 년 전부터 해외 환자 유치사업을 추진해 왔다. 외국인 환자 진료 노하우가 가장 많은 의료기관 중 한 곳이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러시아어로 된 문진표가 구비돼 있어 외국인 환자의 건강 상태를 설문으로 먼저 체크한다. 외국인 환자 전담 코디네이터가 배치돼 있어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진료에 불편함이 없도록 모든 과정을 안내한다.
외국인들은 한방의 어떤 측면에 호감을 보일까. 호한방 아미스타 한의원 권오성 원장은 "무엇보다 칼이나 기계 등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아픈 부분을 직접 건드리지 않고 치료를 한다는 점에서 외국인들이 매력을 느낀다. 동양의 자연 친화적인 치료법이 서양인의 눈에 신비하게 비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양방 치료와는 이질적인 면이 많고 한방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는 경우에는 약간의 거부반응을 보인다. 일부는 알레르기 부작용 등을 걱정하는 환자들이 있다고 한다.
권 원장은 바쁜 시간을 쪼개 직접 일본을 방문해 '일침(一鍼)' 침법에 대해 강의를 해 주고 있다. 자랑스러운 한의학을 일본에 알리자는 취지다.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 맞은편 메디컬리조트는 외국인 환자를 겨낭해 건물 전체를 치료센터로 구축한 케이스다. 이곳에 입주해 있는 광도한의원은 통증 한방 비만 등 특화된 해외 환자 진료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국내에 상주하는 외국인과 호텔 투숙객들이 주 고객이다.
유럽인과 미국인들은 급성 통증, 디스크 등 근골격계 질환을 주로 치료하고 일본인은 보약이나 공진단을 처방받는 보양 치료를 선호한다. 발병한지 오래된 고질적인 만성질환은 치료기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는데 관광 체류기간이 짧아 애로가 많다. 그래서 외국인 환자를 겨냥한 패키지 프로그램 개발이 무엇보다 급선무라고 한다.
디스크나 만성과민성대장염 등 만성질환은 오래된 병인만큼 치료기간도 길다. 하지만 입원실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는 한계가 많다.
광도한의원 강병령 원장은 "외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고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한방 진료상품 개발이 심도있게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 동래구 온천동 명제한의원의 김판규 원장은 간질 아토피 알레르기 등 난치병으로 꼽히는 질환을 주로 다룬다. 내과 소아과 신경정신과 등 모든 질환을 고루 치료하고 있지만 이 분야에 집중하는 것은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방증이다.
이외에도 김 원장은 생식과 한약으로 비만을 치료하는 한방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보름 간 진행되는 1단계 코스는 5~10㎏을 줄이며, 한 달 간 걸리는 2단계 코스는 4~6㎏가 빠지는데 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 속도를 조절한다.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출처 : 부산일보 -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090827000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