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들 떠나자 쓰리고 아픈 속, 지압과 탕약으로 (17년 01월 23일)
명제한의원 2018-10-24
- 명절증후군, 한의학적으론 화병
- 소화기능·신경통 증상도 동반
- 소화불량 땐 배꼽 위 중환혈을,
- 두통엔 관자놀이 눌러주면 도움
- 가족들 모여 할 얘기 많겠지만
- 상대방 입장 헤아리는 게 먼저
명절증후군은 한의학적으로 화병의 범주에 속한다. 화병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울화(鬱火·가슴이 답답함), 불면증 등 정신적 증상뿐 아니라 척추·관절의 신경통, 소화불량 같은 신체 기능에도 이상이 발생하는 증상을 말한다. 한국한의원 윤경석 원장은 "화병은 스트레스로 인해 기(氣)의 흐름이 뭉쳐져 정체되면 발생한다. 육체 피로로 뭉친 기운을 뚫어주고, 울화로 생긴 가슴 답답함과 화를 내려줘야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혈 자리 자극, 탕약, 침 같은 한방 치료를 통해 스트레스로 지친 심신을 안정시키고 고갈된 체력을 회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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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한 배려로 스트레스 줄여야
명절증후군은 큰 시험을 앞둔 수험생에게 나타나는 증상과 유사하다. 배가 아프고 속이 쓰리고 잘 체하고 짜증 나고 변비·설사를 한다. 완벽한 성격이나 정신적 스트레스 자극에 약한 사람에게 많이 발생한다. 평소에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부담스러운 일, 하기 싫은 일, 긴장되는 일을 할 때 신경성 증상이 나타난다. 웅진한의원 김형철 원장은 "자신의 기준으로 판단해 '그걸 가지고 왜 저래' '이 정도도 힘들어'라고 생각하면 안 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말을 가려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유형의 사람은 예민하거나 불안해지고 싶어서가 아니라 부담스러운 일이 생기면 자신도 모르게 증상이 나타나므로 주변 사람의 배려가 필요하다.
제세한의원 하한출 대표원장은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결혼, 취업, 성적, 대학입시가 단골 주제로 등장하는데 걱정하는 마음에서 이야기를 꺼냈다고 하더라도 당사자에게는 스트레스가 될 수 있으므로 이런 주제를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화병은 우울감, 식욕 저하, 불면증, 가슴 두근거림(심계항진), 목에 이물감(매핵기), 호흡곤란 같은 증상이 나타나고 고혈압이나 중풍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형철 원장은 명절증후군이 잘 생기는 사람은 한방 치료를 받아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이들은 대개 ▷체력이 약하거나 피로가 누적돼 기운이 없고 의욕이 떨어지는 기허증 ▷산후 때처럼 혈액의 양이 부족하고 핏기가 없는 혈허증 ▷추위를 많이 타고 잘 놀라고 빨리 피로해지고 가슴이 답답한 양허증 ▷걱정이 앞서 두근거리고 어지러운 담음증이 있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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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바르게 먹기
명절에 즐겨 먹는 음식은 열량이 높고 지방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한 끼에 많이 먹으면 위장장애가 발생하기 쉽다. 광도한의원 강병령 원장은 "명절 음식 중 튀김, 전처럼 기름지거나 열량이 높은 음식보다 나물이나 채소 위주로 섭취하고 튀김이나 전을 다시 데워 먹을 때는 기름을 이용하는 프라이팬보다 오븐이나 전자레인지 등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나물은 소량의 기름과 양념을 사용해 무침으로 조리하는 것이 볶음으로 조리하는 것보다 덜 기름지다. 하한출 원장은 "야식을 참아야 명절 후 불어난 살을 보며 한숨을 쉬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해운대자생한병원 김상돈 병원장은 "과식해 속이 더부룩하면서 명치 아래가 답답하고 허리를 구부리거나 펴기 힘들면 허리에 뻐근한 통증이 나타나는 식적요통을 의심해 볼 수 있다"며 "이를 예방하려면 과식을 피하고 배를 따뜻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기름진 음식과 술로 명절을 보냈다면 몸의 대사순환을 촉진하고 해독을 도와주는 우엉차, 칡차를 마시는 것이 효과적이다.
아는마음한의원 윤호영 원장은 자신의 체질에 맞는 음식을 먹어야 명절증후군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육류의 경우 목수 체질은 소고기, 닭고기를, 토 체질은 돼지고기를, 금 체질은 생선을 섭취하는 게 좋다. 특히 금 체질은 육류와 기름진 음식의 섭취를 줄여야 한다. 채소의 경우 목토 체질은 뿌리채소 중심으로, 금수 체질은 잎채소 중심으로 먹는 게 유익하다. 소화기가 약한 사람은 삶거나 데친 야채를 먹는 것이 좋다.
■소화불량·스트레스 해소 지압
강병령 원장은 소화불량·스트레스·두통 해결에 도움이 되는 혈자리를 소개했다. 합곡혈은 엄지와 검지를 붙였을 때 가장 볼록하게 나온 부분에 위치한 혈자리다. 이곳을 지압하면 소화불량이 진정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임산부는 이 혈자리를 자극하지 않는 것이 좋다. 배꼽 윗부분에 위치한 중완혈에 손의 끝부분으로 지압을 해주거나 시계 방향으로 눌러주면 소화불량을 해소할 수 있다.
전중혈은 젖꼭지를 기준으로 가슴 정중앙에 있는 흉골의 옴폭 들어간 부분에 자리 잡은 곳인데 스트레스로 가슴이 두근거리고 답답할 때 지압해주면 효과가 있다. 백회혈, 사신총혈, 내관혈 등을 지압해주는 것도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백회혈은 양쪽 귀를 타고 머리 꼭대기로 올라간 선과 미간 중심에서 올라간 선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사신총혈은 백회혈을 중심으로 앞뒤좌우 2.5㎝ 지점에 위치한 보조혈이다. 내관혈은 손목 안쪽 가로 주름의 중앙에서 약 4㎝ 위쪽 지점에 위치하는 혈자리다
대개 두통이 있을 때 태양혈이라고 불리는 관자놀이를 지압하면 도움이 된다. 머리 뒤쪽에 있는 풍지혈을 지압하는 것도 괜찮다. 위치는 목 뒤 중앙에서 양 귓볼 쪽으로 약 1.5㎝ 떨어져 있고 뼈가 약간 움푹 패인 곳이다. 백회혈도 두통에 도움이 되는 혈자리다.
■노인 및 청소년 명절증후군 해소법
명절 동안 찾아오는 가족들로 집안이 북적거리다가 자식들이 일상으로 돌아가고 나면 부모들의 공허함은 배가 된다. 주로 우울증이나 무기력증, 불면증과 함께 찾아오는 이런 증상은 노인명절증후군이라고 부른다. 김상돈 원장은 "성질이 따뜻한 대추차를 마시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몸이 차거나 기력이 쇠약해 잠이 오지 않는 노인성 불면증에도 효과를 볼 수가 있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명절이 지나더라도 자식들이 자주 안부를 묻고 관심을 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이도 명절증후군을 겪기는 마찬가지. 심재원하이키한의원 심재원 원장은 "친척들과 며칠 밤늦게까지 놀다 보면 수면 리듬이 깨질 수 있니 평소 취침시간을 지키고, 아이들도 어른들 못지않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므로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말을 하지 말고 칭찬과 격려를 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보약, 명절증후군 없애는 비법
명제한의원 김판규 원장은 명절증후군을 없애는 방법으로 가족들의 건강 상태에 맞는 보약을 추천했다. 며느리는 시어머니에게,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보약을 선물해 고부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고 가족들의 건강도 챙기자는 뜻이다. ▷허리가 아프고 혈액순환이 안 되는 부모님은 팔미지황탕, 당귀작약산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며느리는 소시호탕, 황련아교탕 ▷과로하는 아빠는 쌍화탕, 사역산 ▷감기가 잘 걸리고 허약한 아이는 소건중탕, 죽엽석고탕 ▷수족이 냉하고 생리통 있는 딸은 백호가인삼탕, 계지복령환 등이 몸에 좋다.
잠도 보약이다. 명절 연휴 피로 대부분이 수면시간 부족이나 변경에 따른 생체리듬 파괴에서 생기는 만큼 숙면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연휴 마지막 날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도 명절증후군 없이 일상에 복귀하는 지름길이다.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
출처 : 국제신문 -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700&key=20170124.22025192229